1. 프롤로그: “어차피 웹사이트인데, 굳이 깔아야 돼?”
제가 노션(Notion)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 중 하나는 ‘접근성’이었습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크롬이나 엣지 브라우저에서 주소(notion.so)만 치면 바로 내 작업실이 열렸으니까요. 회사 컴퓨터든, PC방이든, 친구 노트북이든 로그인만 하면 똑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6개월 동안은 굳이 PC 버전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웹 브라우저 기반으로 만든 프로그램(Electron 앱)이라는데, 굳이 용량 차지하게 설치할 필요가 있어? 크롬 탭 하나 띄우는 거랑 똑같잖아.”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데이터가 쌓이고, 페이지가 수백 개로 늘어나면서 미묘한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를 이동할 때 0.5초씩 걸리는 로딩, 인터넷이 조금만 느려져도 빙글빙글 도는 로딩 바, 그리고 무엇보다 수십 개의 인터넷 창 사이에 파묻혀 노션 탭을 찾느라 헤매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PC 버전(설치형 앱)을 다운로드해 로그인했던 그날,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 노션은 웹사이트가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써야 하는구나.”
오늘은 제가 웹 버전을 고집하다가 앱 버전으로 갈아타게 된 결정적인 이유, 그리고 왜 ‘헤비 유저’일수록 무조건 설치형 앱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기술적인 차이(캐시)와 경험적인 차이를 들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 속도의 비밀: 매번 새로 받기 vs 꺼내 쓰기 (캐시)
웹 버전과 앱 버전의 가장 치명적인 차이는 바로 **’캐싱(Caching)’**에 있습니다.
우리가 크롬 브라우저로 노션에 접속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페이지를 클릭할 때마다 브라우저는 노션 서버에 요청을 보냅니다. “이 페이지 정보 좀 줘.” 그러면 서버는 텍스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짐 싸서 보내줍니다. 브라우저는 그걸 받아서 화면에 그려주죠. 인터넷 속도가 빠르면 문제없지만, 페이지가 복잡하거나 이미지가 많으면 매번 이 짐을 싸고 푸는 과정에서 **미세한 딜레이(지연)**가 발생합니다.
반면, 설치형 PC 앱은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앱을 설치하면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일정 공간을 노션이 차지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페이지,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구조 등을 내 컴퓨터에 미리 **’저장(캐시)’**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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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버전: (클릭) -> 서버에 요청 -> 서버에서 다운로드 -> 화면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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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앱: (클릭) -> 내 컴퓨터(하드)에서 데이터 꺼냄 -> (변경된 부분만 서버 확인) -> 화면 출력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PC 앱에서는 페이지를 넘길 때 ‘다운로드’ 과정이 생략되거나 최소화되기 때문에, 화면 전환이 훨씬 빠릿빠릿하고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특히 제가 카페에서 와이파이가 불안정한 상태로 작업할 때 이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웹 버전은 페이지 하나 넘길 때마다 “연결 중…”이라며 멈춰 섰지만, PC 앱은 이미 저장된 데이터를 보여주기 때문에 끊김 없이 글을 쓰고 문서를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노션을 ‘제2의 뇌’로 쓰신다면, 뇌의 반응 속도는 빨라야 하지 않을까요? 그 속도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PC 앱입니다.
3. 생산성의 적: ‘탭 지옥’ 탈출하기
두 번째 이유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집중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웹 브라우저로 노션을 쓰다 보면 필연적으로 **’탭(Tab) 지옥’**에 빠지게 됩니다. 노션 탭 옆에는 유튜브가 있고, 그 옆에는 뉴스 기사가 있고, 또 그 옆에는 쇼핑몰 장바구니가 열려 있죠.
글을 쓰다가 막혀서 잠시 시선을 돌리면, 바로 옆 탭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저를 유혹합니다. “딱 영상 하나만 보고 할까?” 하는 순간 30분이 사라집니다. 노션이 ‘작업 공간’이 아니라 ‘놀이터’ 한구석에 돗자리 펴고 앉아있는 꼴입니다.
PC 앱을 쓴다는 것은 ‘공간의 분리’를 의미합니다. 작업 표시줄에 독립된 노션 아이콘을 두고, Alt + Tab으로 화면을 전환하면 온전히 노션만 있는 창이 뜹니다. 상단에 주소창도 없고, 북마크 바도 없고, 다른 유혹거리도 없습니다. 오직 내 문서와 나만 존재합니다.
이 심리적인 ‘격리’ 효과는 엄청납니다. “이제 노션 켰으니까 일하는 거야”라는 스위치를 뇌에 켜주는 것이죠. 몰입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4. 단축키 충돌: Ctrl + N의 비극
노션의 꽃은 단축키입니다. (지난 글에서 강조했었죠.) 하지만 웹 브라우저에서 노션을 쓰면 치명적인 ‘단축키 충돌’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Ctrl + N (새 페이지 만들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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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앱: 노션 안에 새로운 페이지를 팝업으로 예쁘게 띄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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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브라우저: (뜬금없이) 새로운 크롬 창이 하나 더 열립니다.
또 있습니다. Ctrl + T (새 탭), Ctrl + W (창 닫기), Ctrl + Shift + N (새 창) 등… 노션이 쓰려고 만든 단축키를 크롬이나 엣지 브라우저가 먼저 가로채서 자기 기능(새 탭 열기, 시크릿 모드 열기 등)을 실행해 버립니다.
이럴 때마다 흐름이 뚝뚝 끊깁니다. “아 맞다, 이거 크롬이지…” 하며 마우스를 다시 잡아야 하죠. PC 앱은 OS(윈도우/맥)와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이런 간섭 없이 노션의 모든 단축키를 100%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Cmd/Ctrl + P (빠른 검색)의 반응 속도와 정확도도 앱 버전이 미세하게 더 빠르고 쾌적합니다.
5. 에필로그: 지금 당장 다운로드하세요
물론 웹 버전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남의 컴퓨터를 잠깐 빌려 쓸 때, 혹은 급하게 링크를 확인해야 할 때 웹 버전은 여전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노션을 단순한 메모장이 아니라 **’나의 메인 업무 도구’**로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조건 PC 앱을 설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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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캐시를 통한 빠릿빠릿한 속도와 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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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을 차단하고 업무에만 몰입하게 해주는 독립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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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 간섭 없는 완벽한 단축키 활용
이 세 가지 장점만으로도 설치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매일 8시간씩 쓰는 도구라면, 그 도구는 가장 최적화된 상태여야 합니다.
지금 크롬 탭 속에 파묻혀 있는 노션을 구출해 주세요. 그리고 바탕화면에 당당하게 아이콘을 박아주세요. “이제부터 여기가 내 진짜 서재야”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생산성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