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놀로지(Synology) NAS’ 1년 사용 후기: 단순 파일서버가 아니다
1년 전, 저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시놀로지(Synology) NAS를 구매했습니다. 바로 ‘데이터 백업’이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외장 하드, 구글 포토 유료화로 갈 곳 잃은 수만 장의 사진,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PC의 중요 자료들을 한곳에 안전하게 모아두는 것. 그것이 제가 NAS에 기대한 전부였습니다.
NAS(Network Attached Storage)라는 이름 그대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하드디스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제 시놀로지 NAS는 더 이상 조용한 ‘파일 창고’가 아닙니다. 24시간 365일 작동하며 우리 집의 미디어를 책임지는 ‘개인 넷플릭스’가 되었고, IP 카메라를 관리하는 ‘보안 센터’가 되었으며, 심지어는 각종 웹 서비스를 돌리는 ‘초소형 서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지난 1년간 NAS를 단순 백업 장치에서 ‘가정용 만능 서버’로 활용하게 된 후기입니다.
1. 기대했던 기본기: 완벽한 ‘나만의 클라우드’
물론 NAS의 본질은 파일 저장과 백업입니다. 그리고 시놀로지는 이 기본기를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 Synology Drive: ‘나만의 구글 드라이브’입니다. 윈도우, 맥, 스마트폰(iOS/Android) 어디서든 파일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됩니다. PC에서 작업한 문서를 저장하면, 퇴근길 스마트폰에서 바로 열어볼 수 있습니다. 실수로 파일을 덮어썼나요? 버전 기록(Versioning) 기능으로 몇 시간 전, 며칠 전의 파일로 즉시 복원할 수 있어 랜섬웨어 방어에도 효과적입니다.
- Synology Photos: ‘나만의 구글 포토’입니다. 구글 포토 유료화 이후 제가 NAS를 구매한 핵심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Wi-Fi에 연결될 때마다 자동으로 NAS에 백업됩니다. 인물 인식(AI)으로 아이들 얼굴별로 앨범을 자동 분류해주고, 지도 위에 사진을 표시해주는 기능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앱만으로도 NAS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데이터를 남의 서버(구글, 네이버)가 아닌 내 소유의 기기에, 용량 제한 없이 보관한다”**는 프라이버시와 자유로움은 외장 하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었습니다.
2. 기대하지 않았던 능력: “이게 NAS에서 된다고?”
진짜 놀라움은 시놀로지의 ‘패키지 센터’를 탐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앱 스토어처럼, NAS에 설치할 수 있는 수많은 공식/비공식 앱들이 있었습니다.
① Docker: NAS를 ‘만능 서버’로 만들다
이전 글들에서 다루었던 ‘도커(Docker)’를 NAS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습니다. 구형 PC 대신, 24시간 켜져 있는 초저전력 NAS에서 원하는 컨테이너를 마음껏 올릴 수 있었습니다.
- 광고 차단 서버(Pi-hole)를 설치해 집안 전체의 광고를 막아버렸습니다.
- 개발 테스트용 웹 서버나 DB를 NAS의 도커 위에 띄워 사용합니다.
- 무거운 프로그램을 PC 대신 NAS가 24시간 돌리도록 설정했습니다.
‘j’ 시리즈 같은 보급형 모델은 성능의 한계가 있지만, ‘+'(플러스) 시리즈 이상이라면 도커는 시놀로지 NAS의 활용도를 10배 이상 높여주는 핵심 기능입니다.
② Video Station / Plex: ‘개인 넷플릭스’의 구축
NAS에 보관된 영화, 드라마, 예능 파일들을 멋진 포스터와 함께 정리해주는 ‘개인 미디어 서버’입니다.
PC에서 파일을 복사해 TV USB에 꽂는 번거로운 과정이 사라졌습니다. 그냥 NAS에 파일을 넣어두기만 하면, 거실 TV(스마트 TV 앱), 아이패드, 스마트폰 어디서든 넷플릭스처럼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10년 된 구형 TV도 크롬캐스트 하나면 충분합니다.
③ Surveillance Station: ‘무료 사설 보안 시스템’
“NAS에 웬 CCTV?”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강력한 NVR(Network Video Recorder) 솔루션이었습니다.
IP 카메라(웹캠) 2대까지는 라이선스가 무료입니다. 현관문과 거실에 IP 카메라를 설치하고 NAS에 연결했더니, 24시간 움직임을 감지해 녹화하고, 외부에서도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훌륭한 홈 보안 시스템이 완성되었습니다.
3. 1년 사용 후 느낀 장점과 단점
👍 장점 (Pros)
- 압도적인 편의성 (DSM): 시놀로지의 운영체제(DSM)는 윈도우나 macOS처럼 직관적인 웹 기반 GUI를 제공합니다. 리눅스 명령어를 몰라도 마우스 클릭만으로 대부분의 설정이 가능합니다.
- 강력한 모바일 앱 생태계: Drive, Photos, Note Station 등 모든 핵심 기능이 훌륭한 모바일 앱을 지원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내 데이터에 접근한다’는 NAS의 본질을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 저전력과 안정성: 24시간 켜두어도 일반 데스크톱 PC의 1/10도 안 되는 전력(모델별 상이)을 소모하며, 1년간 단 한 번도 멈추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 단점 (Cons)
- 초기 비용의 압박: NAS 본체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그 안에 채울 ‘NAS 전용 하드디스크’ 가격이 추가됩니다. 절대 일반 PC용 하드를 쓰지 말고, 24시간 작동을 보증하는 NAS용 하드(WD Red, Seagate IronWolf 등)를 사용해야 하므로 초기 비용 부담이 있습니다.
- 성능의 급 나누기: 제가 사용하는 보급형 모델(예: ‘j’ 시리즈)은 파일 저장용으로는 차고 넘치지만, 도커나 Plex의 영상 변환(Transcoding) 같은 무거운 작업을 돌리기엔 버거움이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플러스) 모델로 갈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네트워크 지식의 필요성: ‘QuickConnect’라는 기능으로 외부 접속을 쉽게 할 수는 있지만, 최고 속도를 내거나 DDNS, 포트포워딩 등 고급 기능을 쓰려면 약간의 네트워크 지식이 필요합니다.
4. 결론: NAS는 ‘사는 것’이 아니라 ‘들이는 것’
지난 1년, 시놀로지 NAS는 단순한 ‘저장 장치’에서 우리 집 ‘디지털 허브’가 되었습니다.
파일을 ‘보관’하는 1차원적 기능을 넘어, 그 데이터를 ‘활용'(스트리밍, 공유, 앱 실행)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비싼 외장 하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전자기기보다 ‘돈값’을 하는 든든한 개인 서버로 자리 잡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데이터 백업을 고민 중이라면,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이 있다면, NAS는 단순한 파일 서버 그 이상의 세계를 열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