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오늘 하루 종일 뭐 했지?” 텅 빈 머리와 포스트잇의 늪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공포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고 퇴근하려는데, “오늘 내가 구체적으로 무슨 성과를 냈지?”라고 자문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입니다.
분명 아침 9시부터 이메일 답장하고, 회의 참석하고, 급한 전화 받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남은 건 모니터 주변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반쯤 떨어져 나간 포스트잇들과 수첩에 휘갈겨 쓴 의미 불명의 낙서들뿐이죠.
“김 대리, 지난주 A 프로젝트 진행 상황 좀 정리해서 보내줘.” 상사의 이 한마디에 등줄기에 땀이 흐릅니다. 다이어리를 뒤적이고 메신저 대화 내용을 검색하느라 30분을 허비합니다. 업무를 ‘쳐내기’에 급급했지,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입사 초기에는 **’기억력’**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동시에 굴러가는 프로젝트가 3개가 넘어가자 뇌 용량에 과부하가 걸리더군요. 중요한 메일을 놓치고, 데드라인을 착각하는 실수가 생겼습니다. 그때 만난 것이 **노션(Notion)**입니다.
단순히 체크박스를 채우는 ‘할 일 목록’이 아닙니다. 노션은 제 업무의 **’관제탑’**이자, 연말 인사 평가 때 나를 변호해 줄 가장 강력한 **’증거 저장소’**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정신줄을 놓지 않게 해주는, 노션 기반의 스마트한 업무 일지 작성법을 공유합니다.
2. 왜 ‘단순 체크리스트’로는 부족할까?
많은 분이 “할 일 관리는 그냥 포스트잇이나 메모장에 적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묻습니다. 물론 오늘 당장 처리할 우유 사기, 세탁소 가기 같은 단순한 일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직장인의 업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마케팅 기획안 초안 작성하기”**라는 할 일이 있다고 칩시다. 이 한 문장 뒤에는 수많은 **’맥락(Context)’**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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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해야 할 지난 회의록은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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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팀에게 요청한 자료는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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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무의 중요도는? 상사에게 언제 중간 보고를 해야 하지?
단순한 체크리스트 앱이나 종이 다이어리는 이 ‘맥락’을 담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할 일을 적어놓고도,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느라 또다시 폴더를 뒤져야 합니다.
노션의 강력함은 여기서 나옵니다. 할 일(To-Do) 블록 하나에 회의록, 참고 자료, 진행 상태, 관련 담당자를 모두 연결해 둘 수 있습니다. 할 일을 클릭하는 순간,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이죠.
3. 노션 업무 일지 구축 1단계: ‘마스터 태스크 데이터베이스’ 만들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업무를 담을 거대한 그릇, 즉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만드는 것입니다. /표나 /보드를 입력해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하고,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속성(Property)들을 설정합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속성들을 필수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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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명 (이름):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 (예: 1분기 매출 보고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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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상태/Status):
시작 전→진행 중→검토 대기→완료. (이 흐름을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합니다.) -
날짜 (날짜): 마감 기한(Dea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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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선택): 🔥긴급, ⭐중요, ☕보통. (모든 일이 다 중요할 순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겨야 야근을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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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관계형): 이게 핵심입니다. 해당 업무가 어떤 큰 프로젝트에 속해 있는지 연결합니다.
이렇게 세팅해 두면, 이제 업무가 들어올 때마다 고민 없이 이 데이터베이스에 한 줄을 추가하면 됩니다. 이것이 제 업무의 ‘원장(Master Ledger)’이 됩니다.
4. 노션 업무 일지 구축 2단계: ‘오늘 할 일’만 보여주는 대시보드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보면 숨이 막힙니다. 노션의 ‘필터(Filter)’ 기능을 이용해,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할 일만 쏙 뽑아서 봅니다.
저는 대시보드 최상단에 **’🔥 Today’s Mission’**이라는 섹션을 만들고, 아까 만든 마스터 데이터베이스를 ‘링크된 뷰’로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필터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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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조건 1: [날짜]가 [오늘]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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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조건 2: [상태]가 [완료]가 아닌 것
이렇게 하면, 어제 못다 한 일이나 내일 할 일은 보이지 않고, 오직 **’오늘, 지금, 내가 처리해야 할 일’**만 깔끔하게 보입니다. 출근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 리스트를 봅니다. 그리고 우선순위가 높은 순서대로 하나씩 도장 깨기를 시작합니다.
이 집중력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할 게 너무 많아”라는 막연한 불안감 대신, “이것만 끝내면 퇴근이다”라는 명확한 목표가 생기니까요.
5. 노션 업무 일지 구축 3단계: 기록은 ‘연봉 협상’의 무기다
많은 분이 “업무 일지 쓰는 거 귀찮아요. 시간 낭비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1년 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증명할 수 있나요?”
노션으로 업무 관리를 하면, ‘완료(Done)’로 상태를 변경한 업무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저는 이것을 삭제하지 않고 ‘Archive(보관함)’ 뷰를 만들어 남겨둡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퇴근 10분 전, ‘주간 회고(Weekly Review)’ 시간을 갖습니다. 이번 주에 완료한 업무 목록을 훑어보며, 특이사항이나 성과(예: 매출 10% 상승 기여, A사 계약 성사 등)를 한 줄 코멘트로 남겨둡니다.
이 데이터가 1년이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연말 인사 평가 시즌, 남들은 기억을 더듬으며 소설을 쓸 때, 저는 노션을 켜고 ‘완료된 업무’를 엑셀로 내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내가 언제, 어떤 프로젝트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처리했는지가 분 단위로 증명되는 것이죠.
상사에게 “저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지난 1년간 총 45건의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특히 3월에는 이런 성과를 냈습니다”라고 데이터를 들이미는 것. 협상의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요?
6. 꿀팁: 반복 업무는 ‘템플릿’으로 자동화하기
매일 아침 하는 ‘이메일 확인’, 매주 작성하는 ‘주간 보고서’처럼 반복되는 업무는 매번 타이핑하지 마세요.
데이터베이스 오른쪽 위의 화살표를 눌러 **’새 템플릿’**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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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Routine] 주간 보고서 작성 -
아이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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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보고서 양식 미리 적어두기
이제 클릭 한 번, 혹은 ‘반복 설정’을 통해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자동으로 할 일 목록에 이 업무가 생성되게 할 수 있습니다. 뇌의 에너지를 기억하는 데 쓰지 말고, 실행하는 데 쓰세요.
7. 에필로그: 퇴근길이 가벼워지는 마법
노션으로 업무 일지를 쓴다고 해서 갑자기 일이 줄어들거나 야근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퇴근 후의 삶’**은 확실히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퇴근 버스 안에서도 “아 맞다, 그거 했나?”, “내일 가서 뭐부터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퇴근 전 노션의 ‘오늘 할 일’을 모두 비우고, 내일 할 일을 미리 세팅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내 업무는 안전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안도감. 이것이 제가 직장인 여러분께 노션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복잡한 뇌를 비우고, 그 자리에 여유를 채우세요. 지금 바로 노션을 켜고 /표를 입력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