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청구서 폭탄과 데이터 유출의 악몽
노션을 혼자 쓸 때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도구입니다. 내 마음대로 쓰고, 지우고, 정리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노션이 ‘전쟁터’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협업(Collaboration)’**을 시작할 때입니다.
프리랜서 초창기, 저는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워크스페이스 설정의 ‘멤버 추가’ 버튼을 눌러 클라이언트를 초대했습니다.
한 달 뒤, 저는 두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습니다. 첫째, 제 신용카드에서 수십만 원이 결제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클라이언트를 무료 ‘게스트(Guest)’가 아니라 유료 ‘멤버(Member)’로 추가했던 겁니다. 둘째, 더 끔찍한 일은 클라이언트가 제 개인적인 메모와 다른 프로젝트 기획안까지 볼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워크스페이스 전체에 대한 권한을 줘버렸기 때문이죠.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노션은 공유와 협업에 강력한 도구지만, **’권한 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내 통장을 텅 비게 만들거나 보안 대참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돈 안 드는 ‘게스트’ 초대법부터 상황별 알맞은 ‘권한 레벨’ 설정 노하우까지, 팀장과 프리랜서가 반드시 알아야 할 협업 가이드를 정리해 드립니다.
2. 가장 중요한 기초: 멤버(Member) vs 게스트(Guest)
노션 협업의 첫 단추는 이 두 가지 용어를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매달 아까운 달러를 낭비하게 됩니다.
① 멤버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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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우리 회사의 **’정직원’**입니다. 워크스페이스(사무실)의 열쇠를 가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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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워크스페이스 내의 모든 ‘팀스페이스’에 접근할 수 있고, 새로운 페이지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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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유료입니다. (Plus 요금제 기준 인당 월 $8~$10). 5명을 초대하면 매달 5만 원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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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초대해야 할까?: 나와 1년 365일 함께 일하는 공동 창업자, 같은 팀 동료만 멤버로 추가하세요.
② 게스트 (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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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우리 사무실에 잠시 방문한 **’외부 손님’**입니다. 사무실 전체 열쇠를 주는 게 아니라, ‘특정 회의실(페이지)’ 하나만 열어주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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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내가 초대한 그 페이지(와 그 하위 페이지)만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페이지는 존재조차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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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무료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유료 요금제를 쓴다면 게스트를 100명까지 무료로 초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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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초대해야 할까?: 클라이언트, 단기 프로젝트 팀원, 알바생, 과외 학생 등은 무조건 게스트입니다.
💡 핵심 요약: 같은 회사 직원이 아니라면, 무조건 ‘페이지 공유(Share)’ 기능을 통해 **’게스트’**로 초대하세요. 설정 메뉴의 ‘멤버 추가’ 버튼은 쳐다보지도 마세요.
3. 실전: 안전하게 초대하는 3단계 프로세스
자, 이제 클라이언트(또는 팀원)를 안전하게 초대해 보겠습니다. 제발 워크스페이스 설정으로 가지 마세요. 공유하고 싶은 **’그 페이지’**로 가야 합니다.
Step 1. 페이지 우측 상단 [공유] 클릭 페이지 오른쪽 위에 있는 공유(Share) 버튼을 누릅니다.
Step 2. 이메일 입력 및 초대 입력창에 초대할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적습니다. 노션 계정이 있는 이메일이면 더 좋지만, 없어도 초대 메일이 발송됩니다.
Step 3. 권한 수준(Access Level) 선택 (가장 중요!) 이메일을 입력하면 오른쪽에 작은 드롭다운 메뉴가 뜹니다. 여기서 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줄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건 다음 챕터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Step 4. [초대] 버튼 클릭 이제 상대방에게 메일이 갑니다. 그 메일의 링크를 타고 들어오면 협업이 시작됩니다.
4. 권한의 4단계: 어디까지 허락할 것인가?
초대할 때 오른쪽 드롭다운 메뉴를 누르면 4가지 옵션이 나옵니다. 상황에 맞춰 냉정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① 전체 허용 (Full a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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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편집은 물론이고, 이 페이지를 다른 사람에게 또 공유하거나 권한을 바꿀 수 있는 ‘관리자급’ 권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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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 매우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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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대상: 나를 대신해 프로젝트를 총괄할 매니저급이 아니면 절대 주지 마세요. 실수로 내 권한을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② 편집 허용 (Can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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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글을 쓰고, 지우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초대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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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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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대상: 함께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팀원, 동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권한입니다.
③ 댓글 허용 (Can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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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본문 내용은 절대 건드릴 수 없습니다. 오직 **’댓글(Comment)’**만 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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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낮음 (안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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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대상: 클라이언트, 피드백을 주는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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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애용하는 권한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실수로 내용을 지우는 사고를 원천 봉쇄하면서, “이 부분 수정해주세요”라는 피드백은 댓글로 정확히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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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읽기 허용 (Ca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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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눈으로 보는 것만 가능합니다. 댓글도 못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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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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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대상: 최종 결과물 공유, 공지사항,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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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거나, 건드리면 안 되는 가이드 라인을 공유할 때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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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주의사항: 권한의 ‘상속(Inheritance)’ 법칙
노션 협업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 **’상속’**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노션의 페이지는 폴더 구조(트리 구조)입니다. [상위 페이지] 안에 [하위 페이지 A], **[하위 페이지 B]**가 들어있죠.
만약 여러분이 **[상위 페이지]**에 철수 님을 ‘편집 허용’으로 초대했다면? 철수 님은 그 안에 들어있는 [하위 페이지 A, B]에 대해서도 자동으로 ‘편집 허용’ 권한을 갖게 됩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A 프로젝트] 페이지를 공유했는데, 그 안에 내가 몰래 숨겨둔 [비공개 메모] 하위 페이지까지 상대방에게 다 보이게 되는 겁니다.
💡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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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사람과 공유할 페이지에는 절대 개인적인 하위 페이지를 만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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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용 페이지와 개인용 페이지를 철저히 분리(Move to)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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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특정 하위 페이지만 권한을 빼고 싶다면, 그 하위 페이지의 [공유] 메뉴에 들어가서 ‘권한 복원(Restore)’ 설정을 건드려야 하는데, 꽤 복잡하고 실수하기 쉽습니다. 그냥 **’공유된 페이지 안에는 공유될 내용만 넣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6. 에필로그: 신뢰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우리 사이에 뭘 굳이 그렇게 막아둬?”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협업의 신뢰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안전한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클라이언트가 실수로 데이터를 지울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상황에서 좋은 파트너십이 나올 수 있을까요? 혹은 내가 보여주기 싫은 초안까지 다 보여주는 게 프로페셔널한 걸까요?
적절한 ‘게스트’ 초대와 ‘댓글 허용’ 권한 설정은, 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이 사람은 보안과 체계가 확실하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오늘 팀원이나 클라이언트를 초대할 일이 있다면, 습관적으로 ‘전체 허용’을 누르지 마세요. 잠시 멈추고 생각하세요. “이 사람에게 열쇠(Full access)가 필요한가, 아니면 창문(Can view)만 열어주면 되는가?”
이 작은 고민이 여러분의 소중한 데이터를 지키고, 훨씬 더 세련된 협업을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