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함 방지 필수템: 슬랙봇으로 ‘리마인더(Reminder)’ 설정하는 법 (/remind) – “월급 루팡 하지 않는 나만의 AI 비서”

1. 프롤로그: 포스트잇은 떨어지고, 내 기억력은 흐려진다

 

직장 생활 3년 차가 되었을 때, 저는 심각한 ‘기억력 감퇴’를 겪었습니다. 치매는 아니었고요, 소위 말하는 ‘업무 과부하’였습니다.

동시에 3개의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하루에 메일이 50통씩 쏟아지니 뇌 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죠. “이따 점심 먹고 2시에 거래처에 메일 보내야지”라고 생각했다가, 팀장님이 부르셔서 잠깐 다녀오면 이미 4시가 되어있는 식이었습니다.

책상 모니터에는 노란색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접착력이 떨어져 바닥에 굴러다니기 일쑤였고, 핸드폰 알람을 맞춰두자니 업무 중에 벨 소리가 울리는 게 눈치 보였습니다.

“누가 내 옆에서 쿡 찌르면서 ‘지금 이거 할 시간이야!’라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준 것이 바로 슬랙(Slack)의 내장 기능, **’리마인더(Reminder)’**였습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습니다. 슬랙 채팅창에 마법의 주문 /remind만 입력하면, 24시간 잠들지 않는 나만의 충직한 비서 ‘슬랙봇(Slackbot)’이 나타납니다.

오늘은 수많은 업무 속에서 중요한 일을 절대 놓치지 않게 해주는, 제 업무 효율의 1등 공신인 슬랙 리마인더 활용법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2. 왜 굳이 ‘슬랙’으로 알람을 맞춰야 할까?

 

스마트폰 알람도 있고, 구글 캘린더 알림도 있는데 왜 슬랙이어야 할까요? 제가 1년간 써보며 느낀 확실한 장점은 **’맥락의 유지(In-Context)’**입니다.

우리는 슬랙으로 일합니다. 메시지를 보고, 파일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알람을 맞추려고 핸드폰을 들거나 캘린더 탭을 켜는 순간, 우리의 **업무 흐름(Flow)**은 미세하게 끊깁니다.

하지만 슬랙 리마인더는 대화창 그 자리에서 바로 설정하고, 알림도 그 자리에서 받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기능은 **”다른 사람에게 대신 알림 보내기”**입니다.

“김 대리님, 3시까지 자료 부탁해요”라고 말하고 불안해하는 대신, 슬랙봇에게 **”3시에 김 대리님한테 자료 보내라고 알려줘”**라고 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잊어버려도 되고, 김 대리님은 기분 나쁜 재촉 대신 로봇의 드라이한 알림을 받으니 서로 감정 상할 일이 없죠.


3. [기초] 3초 만에 설정하는 마법의 주문 /remind

 

사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채팅 입력창(아무 곳이나 상관없음, 주로 ‘나와의 채팅’ 추천)에 슬래시(/)를 치고 remind를 입력해 보세요.

기본 공식:

/remind [누구에게] [무엇을] [언제]

예를 들어봅시다.

  • 나에게 알림:

    • /remind me 10분 뒤에 점심 주문하기

    • (또는 영어로) /remind me to order lunch in 10 minutes

    • 참고: 슬랙 한글화가 잘 되어 있어 한글 명령어도 잘 먹히지만, 시간 인식은 영어가 더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 특정 시간에 알림:

    • /remind me 내일 오후 2시에 보고서 제출

    • /remind me at 2pm tomorrow to submit report

엔터를 치는 순간, 슬랙봇이 “네, 알겠습니다. 그때 알려드릴게요.”라고 답합니다. 이제 머릿속에서 그 일을 지워버리세요. 슬랙봇은 절대 까먹지 않으니까요.


4. [응용 1] 메시지 자체를 알림으로 만들기 (“나중에 보기”)

 

이 기능은 제가 하루에 20번도 넘게 쓰는 **’찐 꿀기능’**입니다.

업무 중에 동료가 긴 공지사항이나 검토해야 할 파일을 보냈습니다. 지금 당장 읽기엔 바쁘고, 그냥 두자니 까먹어서 다른 대화에 묻힐 것 같습니다. 이때 메시지를 리마인더로 설정합니다.

  1. 해당 메시지 위에 마우스를 올립니다.

  2. 점 3개(…) 버튼 또는 저장 아이콘 옆 메뉴를 누릅니다.

  3. **Remind me about this (나중에 알림 수행)**을 클릭합니다.

  4. 20분 후, 1시간 후, 내일 오전 9시 중 원하는 시간을 고릅니다.

그러면 지정한 시간에 슬랙봇이 **”주인님, 아까 미뤄뒀던 이 메시지 확인하실 시간입니다”**라며 해당 메시지 링크를 배달해 줍니다. ‘읽씹’ 방지 및 업무 누락 방지에 이보다 완벽한 기능은 없습니다.


5. [응용 2] 동료와 채널에 알림 보내기 (잔소리는 봇에게)

 

팀장이나 PM 분들이라면 이 기능을 꼭 익혀두세요. 팀원들에게 반복적인 공지를 하거나 마감 알림을 줄 때 유용합니다.

① 동료에게 보내기

  • /remind @김철수 3시까지 회의실로 오세요 at 2:50pm

  • 이렇게 하면 2시 50분에 김철수 님의 슬랙봇이 알림을 띄웁니다. 제가 직접 DM을 보내서 재촉하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② 채널(단톡방)에 보내기

  • /remind #general 이번 주 주간보고 작성해주세요 every Friday at 4pm

  • **every**를 붙이면 반복 알림이 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가 되면 전체 공지방에 자동으로 알림이 뜹니다. 매번 “보고서 쓰세요”라고 타이핑할 필요가 없습니다.


6. [관리] “실수했어!” 리마인더 목록 확인하고 삭제하기

 

명령어를 잘못 쳤거나, 이미 해결된 일이라 알림을 끄고 싶다면? 당황하지 말고 **목록(List)**을 소환하세요.

  • 명령어: /remind list

입력창에 치면 현재 예약된 모든 리마인더 목록이 뜹니다. 각 항목 옆에 있는 Delete (삭제) 버튼을 누르면 취소됩니다.

또는 알림이 왔을 때 Snooze (미루기)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슬랙봇이 알림을 보냈는데 아직 바쁘다면? 알림 메시지 아래에 있는 드롭다운 메뉴에서 1시간 뒤, 내일을 선택하세요. 봇이 눈치껏 조용히 사라졌다가 나중에 다시 옵니다.


7. 에필로그: 뇌를 비워야 일이 잘됩니다

 

GTD(Getting Things Done) 생산성 이론의 핵심은 **”머릿속에 기억해야 할 것을 남겨두지 마라”**입니다.

“이따 메일 보내야 하는데…”, “집 갈 때 우유 사야 하는데…” 같은 자잘한 기억들이 뇌의 램(RAM) 용량을 차지하고 있으면, 정작 중요한 기획이나 창의적인 업무를 할 때 뇌가 버벅거립니다.

슬랙 리마인더는 여러분의 뇌를 위한 **’외장 메모리’**입니다. 사소한 건 전부 슬랙봇에게 던져버리세요. /remind를 치는 3초의 습관이, 여러분에게 퇴근 후의 홀가분함과 업무 시간의 깊은 몰입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슬랙을 켜고, 나를 위한 첫 번째 리마인더를 설정해 보세요. /remind me 1시간 뒤에 스트레칭하고 물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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