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급한 메모, 아직도 ‘노란색 메신저’에 하시나요?
직장인의 하루는 수많은 ‘찰나의 정보’들로 채워집니다. 통화 중에 급하게 받아 적어야 할 전화번호, 회의 중에 스쳐 지나가듯 떠오른 아이디어, 지금 당장 PC로 옮겨야 하는 스마트폰 속 스크린샷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정보들은 ‘노션(Notion)’에 적기에는 너무 가볍고, 포스트잇에 적자니 잃어버릴 것 같아 불안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습관적으로 개인용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나와의 채팅’을 켭니다. 하지만 저는 이 습관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 중에 개인 메신저를 켜는 순간, 친구들의 단톡방 알림이나 광고 메시지에 시선을 뺏기기 십상이니까요.
“업무 관련 메모는 업무용 도구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제가 가장 애용하는 공간이 바로 슬랙(Slack)의 ‘나에게 보내는 DM (Direct Message to Self)’ 기능입니다. 이곳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저만의 비밀 기지이자, 가장 빠른 클립보드이며, 때로는 마음속의 화를 삭이는 대나무숲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단순한 채팅방을 넘어, 제 업무 생산성의 숨은 공신 역할을 하는 슬랙 ‘나와의 채팅’ 활용 노하우 4가지를 공유합니다.
2.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 완벽한 ‘샌드박스(Sandbox)’
슬랙 사이드바의 ‘Direct Messages’ 목록을 보면, 맨 위에 **내 이름(you)**이 적힌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활용할 공간입니다.
이곳은 다른 DM 방과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아무도 볼 수 없습니다. 관리자도, 팀장님도 못 봅니다.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완벽한 프라이빗 공간입니다. 둘째, 모든 기능이 동일합니다. 파일 업로드, 코드 블록, 이모지, 스레드 등 슬랙의 모든 기능을 써볼 수 있습니다.
즉, 이곳은 실전(채널 공유)에 투입되기 전, 마음껏 실험하고 망쳐봐도 되는 안전한 **’샌드박스(모래놀이터)’**인 셈입니다.
3. 활용법 1: PC와 모바일의 ‘순간이동’ 통로 (파일 전송)
외근 중에 스마트폰으로 현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걸 회사 PC로 옮겨서 보고서에 넣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시나요?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메일로 보내거나, 카카오톡으로 보내서 PC 카톡을 켜서 다운로드하시나요?
저는 그냥 슬랙 앱을 켜고 **’나에게 DM’**으로 사진을 보냅니다. 그러면 사무실 PC 슬랙에도 1초 만에 동기화되어 사진이 뜹니다. 카카오톡과 달리 원본 화질 저하 걱정도 없고, 회사 보안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이니 찜찜함도 없습니다.
반대로 PC에서 보던 웹사이트 링크를 출근길 지하철에서 보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링크를 던져두기만 하면 됩니다. 기기 간의 장벽을 허무는 가장 빠른 통로, 바로 여기입니다.
4. 활용법 2: “이 말투 괜찮나?” 공지사항 초안 작성 (Drafting)
전사 채널(#general)이나 클라이언트가 있는 채널에 긴 공지사항을 올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입력창에 쓰다 보면 오타가 날 수도 있고, 줄 바꿈이나 볼드체(굵게) 적용이 이상하게 될까 봐 걱정됩니다.
이때 ‘나와의 채팅’방은 최고의 **’초안 작성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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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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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d/Ctrl + B로 굵게도 해보고, 리스트(-)도 만들어 봅니다. -
전송을 눌러 실제 화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합니다. (가독성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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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줄 간격이 좀 좁네?” -> 수정(Edit) 기능을 이용해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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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메시지를 복사해서 실제 채널에 붙여넣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실수할 확률이 0%로 수렴합니다. “수정됨(edited)” 마크가 찍히는 민망함도 피할 수 있죠. 완벽한 문장을 내보내고 싶다면, 리허설은 필수입니다.
5. 활용법 3: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감정의 쓰레기통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하고 화나는 순간이 옵니다.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거나 감정적인 답장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홧김에 보낸 메시지는 반드시 후회를 부릅니다.
그럴 때 저는 ‘나와의 채팅’방을 엽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필터 없이 마구 쏟아냅니다. “아니, 기획안을 어제 줬는데 오늘까지 해달라는 게 말이 됩니까? 진짜 너무하시네요.”
이렇게 적어두고(전송해도 됩니다)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감정을 배설하고 나면 이성이 돌아옵니다. 그러면 다시 그 메시지를 봅니다. “너무 공격적이네. 순화하자.”
나만의 공간에서 감정을 한 템포 식히는 과정. 이것이 저의 멘탈을 지키고 프로페셔널함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물론 다 쓴 뒤에는 ‘삭제’해서 증거 인멸(?)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6. 활용법 4: 휘발성 할 일(To-Do) 관리
노션이나 투두이스트 같은 전문 툴이 있지만, **’지금 당장 1시간 안에 해야 할 일’**까지 거창하게 등록하기는 귀찮습니다. 이럴 때 슬랙 메모장이 빛을 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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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 A 업체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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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께 컨펌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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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수령
이렇게 툭툭 던져놓습니다. 그리고 일을 마치면? 슬랙의 ‘메시지 삭제’ 기능을 이용해 지워버리거나, 메시지 편집으로 들어가서 ~취소선~을 그어버립니다 (Shift + ~).
할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채팅방을 깨끗하게 비우는 쾌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오늘 하루의 단기 미션들은 여기서 처리하세요.
7. 에필로그: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비서
우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꾸 새로운 툴을 찾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생산성은 ‘도구를 전환하는 시간(Switching Cost)’을 줄이는 데서 나옵니다.
하루 종일 켜놓는 슬랙 안에, 클릭 한 번이면 닿을 수 있는 ‘나만의 방’이 있습니다. 이 공간을 단순히 방치해 두지 마세요.
급한 메모를 남기는 포스트잇으로, 중요한 발표를 준비하는 대본 연습장으로, 때로는 퇴근 전 “오늘도 고생했다”라고 스스로에게 남기는 위로의 공간으로 활용해 보세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비서가 여러분의 업무를 묵묵히 도와줄 것입니다.
지금 바로 슬랙 사이드바 맨 위, 여러분의 이름을 클릭해 보세요. 그리고 가볍게 한마디 건네보세요. “오늘 점심 뭐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