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일요일 아침을 깨운 신입사원의 “우산 보신 분?”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했던 신입 시절의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입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죠. 주말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나가려는데, 회사에 우산을 두고 온 게 생각났습니다. 비싼 우산이라 걱정되는 마음에 급하게 슬랙을 켰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200명이 있는 #general (전체 공지) 채널에 이렇게 썼습니다. “@channel 혹시 탕비실에 남색 우산 보신 분 계실까요? ㅠㅠ”
전송 버튼을 누른 지 1초도 안 돼서 제 등골은 서늘해졌습니다. 일요일 오전 10시, 전 직원의 핸드폰에서 제 우산을 찾는 알람이 울렸을 테니까요. 곧이어 팀장님에게서 개인 DM이 왔습니다. “OO 씨, 우산 하나 찾자고 전 직원 깨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날 저는 쥐구멍에 숨고 싶었습니다. 우산보다 더 중요한 ‘평판’을 잃을 뻔했으니까요. 슬랙에서 **멘션(@)**은 강력한 호출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 도구를 잘못 쓰면 순식간에 ‘눈치 없는 사람’, ‘업무 방해꾼’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입니다.
오늘은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슬랙의 핵폭탄급 기능인 **@channel**과 **@here**의 차이점, 그리고 상황별로 올바르게 호출하는 ‘멘션의 기술’을 정리해 드립니다.
2. 개념 정리: 광역 도발의 두 종류, 채널과 히어
슬랙에는 특정인을 콕 집어 부르는 @김철수 외에, 채널에 있는 다수를 한꺼번에 부르는 ‘광역 멘션’ 기능이 있습니다. 이 둘의 차이를 아는 것이 매너의 시작입니다.
☢️ @channel (채널): 핵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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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현재 이 채널에 들어와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알림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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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 지금 접속 중인 사람(초록불)은 물론, 자고 있는 사람, 휴가 간 사람, 오프라인 상태인 사람까지 싹 다 깨워서 알림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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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사무실 한복판에서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는 동시에, 퇴근한 직원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내용을 전달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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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최상. (잘못 쓰면 욕먹기 딱 좋습니다.)
📢 @here (히어): 사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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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현재 슬랙에 **’접속 중(Online)’**인 사람에게만 알림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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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 PC나 모바일로 슬랙을 켜둔 사람(초록불)에게만 알림이 갑니다. 오프라인이나 ‘방해 금지’ 상태인 사람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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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사무실에 서서 “자, 지금 자리에 계신 분들 잠깐만 주목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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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중상. (여전히 많은 사람을 방해하지만, 적어도 자는 사람은 안 건드립니다.)
3. [실전 가이드] 언제 써야 할까? (욕 안 먹는 기준)
이 강력한 기능들을 언제 써야 ‘일잘러’ 소리를 듣고, 언제 쓰면 ‘빌런’ 소리를 들을까요? 명확한 기준을 정해드립니다.
✅ @channel은 이럴 때만 쓰세요 (건물에 불났을 때)
@channel은 **”지금 당장 이 내용을 모르면 회사에 큰 손해가 생길 때”**만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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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다운 / 서비스 장애: “🚨 @channel 현재 결제 서버가 다운되었습니다. 긴급 대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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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 / 화재: “🔥 @channel 건물 화재 경보가 울렸습니다. 즉시 대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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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인사 관련 중대 공지: “💰 @channel 오늘 연말 보너스가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런 건 깨워도 용서됩니다.)
❌ 절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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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뭐 먹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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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우산 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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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인사는 마음속으로만 하세요.)
✅ @here는 이럴 때 쓰세요 (지금 당장!)
@here는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즉시 처리해야 하거나 알아야 할 때”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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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미팅 직전 호출: “📢 @here 10분 뒤에 주간 회의 시작합니다. 회의실로 모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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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간식 주문 마감: “🍔 @here 햄버거 주문하실 분 지금 말씀해 주세요. 5분 뒤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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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성 공지: “🎁 @here 탕비실에 간식 사다 놨으니 드세요.”
❌ 주의사항: 금요일 오후 6시 이후나 주말에는 @here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근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알림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니까요.
4. 진정한 고수의 기술: ‘사용자 그룹(User Group)’ 활용하기
사실 @channel과 @here는 웬만하면 안 쓰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가장 세련된 호출 방법은 ‘관련된 사람만 묶어서’ 부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팀에게 요청할 게 있다고 200명 있는 채널에서 @channel을 쓰면 나머지 190명은 짜증이 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 그룹(User Group)’**입니다.
슬랙에서는 특정 멤버들을 묶어서 그룹 태그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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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team(디자인팀) -
@backend-dev(백엔드 개발자) -
@project-alpha(알파 프로젝트 멤버)
[사용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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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 (개발 채널에서) “@channel 서버 API 언제 되나요?” -> 디자이너, 기획자까지 다 알림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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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개발 채널에서) “@backend-dev 서버 API 언제 되나요?” -> 백엔드 담당자 3명에게만 알림이 감.
이렇게 그룹 멘션을 사용하면, 호출받은 사람은 “나에게 필요한 업무구나”라고 인지해서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관련 없는 동료들의 집중력은 지켜줄 수 있습니다. 입사하셨다면 우리 팀의 ‘그룹 태그’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없다면 만들자고 건의해 보세요. 그게 바로 센스입니다.
5. 멘션 전 ‘3초의 법칙’
엔터 키를 누르기 전, 딱 3초만 고민해 보세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YES’일 때만 광역 멘션을 날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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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이 ‘지금 당장’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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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알림을 받고 자던 사람이 깨어나도 화내지 않을 내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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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김철수)이나 특정 그룹(@designers)만 불러도 해결되지 않는가?
만약 하나라도 ‘NO’라면, 그냥 메시지만 적어두세요. 급하지 않은 내용은 동료들이 알아서 시간 날 때 읽을 것입니다.
6. 에필로그: 알림은 ‘타인의 시간’을 뺏는 행위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전송’ 버튼을 누릅니다. 하지만 내가 보낸 그 알림 하나가, 누군가가 1시간째 공들여 쌓아 올린 깊은 집중의 탑을 와르르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슬랙의 멘션 기능은 확성기입니다. 확성기는 정말 위급할 때, 혹은 모두가 즐거워할 소식일 때만 들어야 합니다. 아무 때나 확성기를 켜는 사람은 리더십이 있는 게 아니라 소음 공해 유발자일 뿐입니다.
오늘부터 @channel과 @here 대신, 정확한 타겟 멘션과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해 보세요. “저 사람은 꼭 필요할 때만 부른다”는 신뢰가 쌓일 때, 여러분의 메시지는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