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김 대리, 아까 그 얘기 못 봤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억울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바로 열심히 내 할 일을 하느라 메신저를 못 봤는데, 하필 그 사이에 중요한 업무 지시나 공지 사항이 지나가 버렸을 때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코딩에 집중하느라…” “미팅 준비하느라 못 봤습니다.”
변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그래도 수시로 확인 좀 해”라는 핀잔뿐입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슬랙(Slack) 창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수십 개의 채널에서 쏟아지는 “점심 뭐 먹지?”, “오늘 날씨 좋네요” 같은 잡담(Noise) 속에 파묻혀 있다 보면, 정작 내 업무 시간은 산산조각 나기 일쑤니까요.
이 딜레마, 즉 ‘업무 집중’과 ‘신속한 응답’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의 숙명입니다.
하지만 제 사수는 달랐습니다. 그는 분명 이어폰을 끼고 모니터가 뚫어져라 일만 하는데, 신기하게도 채팅방에서 자기 이름이 거론되거나 담당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오면 귀신같이 나타나서 대답을 하는 겁니다.
“팀장님, 혹시 모니터링용 눈이 뒤통수에 따로 있으신가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어본 저에게 팀장님은 씨익 웃으며 슬랙 설정 화면을 보여주셨습니다.
“키워드 알림 걸어놨지. 내 이름 안 불러도 알아서 알려주거든.”
그날 이후 저의 슬랙 라이프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24시간 슬랙을 감시하지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알짜배기 정보’만 쏙쏙 골라 배달해 주는 슬랙 ‘키워드 알림(My Keywords)’ 설정법과 이를 활용한 업무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2. 칵테일 파티 효과를 슬랙에서 구현하다
심리학 용어 중에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온갖 소음이 들려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거나 내가 관심 있는 단어를 말하면 그 소리만 귀에 쏙 박히는 현상을 말하죠.
슬랙의 ‘키워드 알림’ 기능은 바로 이 칵테일 파티 효과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입니다.
보통 슬랙 알림은 누군가 나를 멘션(@김철수)하거나 DM을 보낼 때만 울립니다. 하지만 키워드 알림을 설정하면, 멘션이 없어도 내가 등록한 단어가 포함된 모든 대화에 대해 알림을 보내줍니다.
예를 들어, 제가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등록해 뒀다고 칩시다. 옆 부서 채널에서 누군가 “이번에 디자인 시안 누가 담당하나요?”라고 그냥 툭 던지면, 저를 태그하지 않았음에도 제 슬랙 아이콘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알림이 옵니다.
이것은 ‘수동적인 감시’를 ‘능동적인 알림’으로 바꾸는 혁명입니다. 내가 일일이 채널을 돌아다니며 “내 일 없나?” 하고 기웃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슬랙 봇이 “주인님, 저기서 주인님 찾는데요?”라고 물어다 주는 셈이니까요.
3. [실전 세팅] 1분 만에 나만의 레이더망 구축하기
설정 방법은 너무나 간단해서 허무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강력하죠. PC 버전을 기준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Step 1. 환경설정 진입 슬랙 좌측 상단의 내 프로필 사진을 클릭하고 [Preferences (환경설정)] 메뉴로 들어갑니다. (단축키: Cmd/Ctrl + ,)
Step 2. 알림 메뉴 선택 가장 위에 있는 [Notifications (알림)] 탭을 선택합니다.
Step 3. 키워드 입력 (가장 중요!) 스크롤을 살짝 내리면 **’My keywords’**라는 입력창이 보입니다. 여기에 여러분이 놓치고 싶지 않은 단어들을 쉼표(,)로 구분해서 입력하면 끝입니다.
(입력 예시) 김철수, 철수님, A프로젝트, 마케팅, 긴급, 점심
입력창 아래에 보면 “이 단어들이 포함된 메시지가 오면 강조 표시하고 알림을 보냅니다”라는 문구가 보일 겁니다. 이제 여러분의 레이더가 가동되었습니다.
4. 무엇을 등록해야 할까? : 일잘러의 키워드 선정 전략
단순히 이름만 등록하는 건 하수입니다.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는 키워드를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관리합니다. 여러분의 상황에 맞춰 응용해 보세요.
전략 1. 나의 ‘아이덴티티’ 방어 (호칭)
가장 기본입니다. 사람들은 바쁘면 멘션(@) 기능을 안 쓰고 그냥 이름만 부를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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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김철수,철수님,철수 씨 -
내 직책:
디자인 팀장,마케팅 담당자 -
별명: (사내에서 불리는 닉네임이 있다면 필수입니다.)
전략 2. 업무의 ‘맥락’ 사수 (프로젝트명)
이게 진짜 꿀팁입니다.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나 업무 영역을 등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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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명:
알파 프로젝트,신규 웹사이트 -
직무 관련:
서버,에러,정산,견적서 -
거래처 이름:
삼성전자,네이버(담당 거래처 이름이 나오면 즉시 반응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해두면, 다른 팀에서 우리 팀 업무 이야기를 할 때 귀신같이 알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어? 그거 제가 담당인데 무슨 문제 있나요?”라고 튀어나가면 동료들이 깜짝 놀랍니다.
전략 3. 소확행 챙기기 (생존형 키워드)
업무 외적으로 중요한 것들도 있습니다. 놓치면 서러운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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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간식:
점심,간식,커피,피자 -
이벤트:
회식,경품,선착순
실제로 저는 간식을 키워드로 등록해 둔 덕분에, 탕비실에 누군가 여행 기념품 초콜릿을 놔뒀다는 소식을 1등으로 접하고 달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5. 알림의 시각화: 노란 형광펜 효과
키워드 알림의 또 다른 장점은 **’시각적 강조’**입니다.
키워드 알림을 받고 해당 채널에 들어가면, 수많은 텍스트 중에서 내가 등록한 키워드만 노란색 형광펜으로 칠해진 것처럼 하이라이트(Highlight) 되어 보입니다.
긴 공지사항이나 대화의 홍수 속에서도 내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0.1초 만에 찾을 수 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며 “내 얘기 어디 있지?” 하고 눈을 부릅뜰 필요가 없습니다. 노란색만 찾으세요.
6. 주의사항: 과유불급, 알림 지옥을 조심하세요
처음 이 기능을 알게 되면 신나서 온갖 단어를 다 등록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너무 흔한 단어를 등록하면 오히려 ‘알림 지옥’에 빠집니다.
[등록하면 안 되는 키워드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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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하루에도 수십 번 쓰이는 단어입니다. 알림이 10분마다 울려서 결국 기능을 끄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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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확인했습니다”라는 메시지마다 알림을 받고 싶지 않다면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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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모든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정말 내가 개입해야 하거나, 내가 모르면 손해 보는 것”**만 엄선해서 등록하는 것이 이 기능의 핵심입니다. 저는 보통 5개~10개 내외로 유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7. 에필로그: 불안감을 내려놓고 몰입을 얻다
제가 키워드 알림을 애용하는 진짜 이유는 업무 효율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심리적 안정감’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슬랙 창을 닫아두면 “혹시 누가 나 찾는데 대답 안 한다고 욕하는 거 아냐?”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꾸 일을 하다가도 Alt + Tab을 눌러 슬랙을 확인하곤 했죠. 그럴 때마다 집중력은 끊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슬랙 창을 최소화해 둡니다. “중요한 일이면 슬랙이 알아서 내 어깨를 두드리겠지.” 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뇌 용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감시’라는 소모적인 작업은 슬랙 봇에게 맡겨버리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그 확보된 에너지로 진짜 중요한 업무에 몰입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바로 설정창을 켜고, 여러분만의 ‘호출 벨’을 만들어보세요.